My Life/Lietuva(2013.09~2014.06)

애증의 기숙사, Sauletekio 39.

정개 2014. 8. 2. 17:25

 

 빌뉴스 대학교 기숙사는 다른 외국 학교 기숙사들 처럼 시내에 흩어져 있다.

 

크게 세 군데로 나누는데 누가 사는 지 모르겠는 Didlaukio 기숙사(누가 사는지 모르겠다는 말은, 이 기숙사에 산다고 한 학생을 거의 못봤기 때문이다.) 메인 캠퍼스(Old town 내에 있는)와 가까운 Olandu(올란두) 기숙사, 그리고 경제,경영,법 학부 캠퍼스와 가까운 Sauletekio(솔레테키오) 기숙사.

 

솔레테키오, 올란두는 사실 기숙사의 이름을 말하는게 아니라, 거리명을 말한다. 그런데 다들 "나는 솔레테키오에 살아", "나는 올란두에 살아" 이렇게 말한다.

 

솔레테키오는 다시 Sauletekio 4와 Sauletekio 39로 나누어 진다. 교환학생의 70%가 Sauletekio 39로, 20%가 Sauletekio 4로, 10%가 Olandu나 Didlaukio로 배정된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관찰에 의한 것입니다요. 매 학기 교환학생 수와 각 기숙사 빈 방 TO에 따라서 바껴요.)

나는 기숙사를 신청 할 때 Olandu로 신청했지만, 빈 방이 없어서 Sauletekio 39로 배정 받았고, 미우나 고우나 이 기숙사에서 일 년을 살았다.

 

처음 기숙사에 들어섰을 때, 그야말로 나는 '멘붕'이었다. 나중에 다른 애들이랑 얘기해보니,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너나 할것 없이 모두다 '멘붕'이었다고...... 실제로 이 컨디션을 견디지 못하고 바로 flat을 구해서 기숙사를 나간 학생들도 꽤 있었다.

 

내가 아는 한국 학생들은 처음에는 기숙사 시설을 보고 경악했지만, 모두들 방을 구하지 않고 기숙사에서 끝까지 살았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기숙사비를 내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 2인실은 약 10만원(1달), 3인실은 약 8만원(1달) 정도 기숙사 비를 내야하는데(Sauletekio 기준), 빌뉴스 대학교에서는 아시아권 학생들한테 기숙사를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입사 할 때 보증금(200Litas, 약 8만원-퇴사할 때 돌려 받는다)만 내면 되었다. (2인실을 선택하든, 3인실을 선택하든 무료이므로 2인실을 쟁취(?) 하도록 하자.)

 

때문에 우리는 미우나 고우나 이 기숙사에서 살 수 밖에 없었다. 여행을 다니려면 한푼이라도 아껴야 했기 때문에.

 

 

 

<Sauletekio 기숙사 동 외관>

 

 

 

<왼쪽 건물은 39, 오른쪽 건물은 37동. 39는 우리가 사는 곳이었지만, 37은 일반인들이 사는 건물인 듯 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여기는 사람이 살기에도 열악한 곳인데 그들은 애완동물도 키웠다.>

 

 교환학생을 준비하면서 기숙사 시설이 열악한건 알았지만, 정말 눈으로 보니 생각보다 더 충격이 컸다.  곧 익숙해 지긴 했지만, 나는 리투아니아에 들어오기 전에 스웨덴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일주일 동안 스웨덴에 머물렀기에 더 충격이 컸다....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눈이 쌓인 솔레테키오나 단풍이 뒤덮인 솔레테키오는 볼만 했는데........(아닌..가?) >

 

빌뉴스 대학교 기숙사 건물은 소비엣 시절에 지어진 건물(보급형 아파트)이다.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저렇게 생긴 노란 아파트가 종종 보인다. 처음에는 내가 버스를 잘 못 타서 다시 기숙사로 돌아온 줄 알았다.) Sauletekio에는 Vilnius University 기숙사 말고도 VGTU 기숙사도 있다. 처음에는 빌뉴스 대학교 기숙사가 엄청 큰 줄 알았는데 전부 다 빌뉴스 대학에서 쓰는게 아니고 VGTU 기숙사도 있고, 그냥 일반 사람들이 사는 동도 있다.

 

 교환학생들은 이 기숙사를 두고 '소비엣인듯 소비엣 아닌 소비엣 같은 곳'이라고 얘기하곤 했다. 소비엣 하면 공평 분배, 이런걸 떠올리게 되는데 웃기게도 방마다 크기도 다르고 들어가 있는 가구의 종류, 수도 다르고, 방의 condition도 다 달랐다. (예를들면, 우리 방에는 커튼이 달려있지 않았고, 3인실인데 옷장은 두 개, 개인용 스텐드는 하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방은 다른 방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었다. 3인실인데 책상이 하나인 방도 있었고, 옷장이 하나인 방도 있었으니 말이다. 어디 그뿐이랴. 우리 방에는 천장 구석에만 약간 곰팡이가 슬어있었지만, 내 친구네 방은 곰팡이가 한쪽 벽면을 다 뒤엎은 상태였다.) 리노베이션을 하는 데 한 번에 건물 전체를 다 하는게 아니라 한 층씩 하는 듯 했다. 그래서 내가 있을 때는 2층은 전체적으로 깨끗했던 반면, 다른 층은 벽이 다 뜯어져있다던가.. 곰팡이가 있다던가.. 2층과 비교해서 문제가 많았다. 교환학생을 가기 전까지 내내 우리학교 기숙사에서 근로를 했던 나로서는 다소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없으면 없는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살았다.ㅋㅋㅋ 어느 방이 좋은지, 어느 방에 사람이 나갔는지를 살피면서 좀 더 좋은 방으로 옮기거나, 방은 옮기지 않고 최대한 Danute(Sauletekio 39 기숙사 담당자)한테 얻을 수 있는 만큼 얻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퉁명스럽고, 단호한 할머니였기 때문에 무언가를 요청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3인실 기숙사 내부, 내 침대 위에서 찍은 사진이라 침대는 두 개만 보인다.>

 

방을 살펴보았으면, 이제 화장실과 샤워실의 상태를 살필 차례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여기는 소비엣인듯 소비엣 아닌 소비엣 같은 기숙사다. 방마다 화장실,샤워실의 구조도 다르고 상태, 크기도 다르다. (다르면 얼마나 다르냐고 하겠지만, 내 친구네 샤워실이 우리보다 크고 깨끗하면 부럽고 화가 난다.) 보통은 5명(2인실/3인실)이 한 개의 화장실, 샤워실을 쓴다. 어떤 구역은 5명이 한 개의 세면대와 변기를 같이 쓰지만 샤워실은 공용 샤워실을 썼다.(공용이라고 해서 칸막이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한 명이 혼자 쓰는 샤워실이다.) 내 기억에 25명에게 4개의 샤워실이 주어졌으니 5명이 한개의 샤워실을 쓰는 곳과 별반 차이는 없었다.

 

 

부엌은 VU 홈페이지에 안내 되어있듯이 공용 부엌이다. 한 층에 약 50명정도 거주하는데, 부엌이 2개있다. 각 부엌마다 보통 싱크대 2개, 가스레인지 2대, 냉장고 중형 1개 소형 1개, 책상 1개, 의자 3개가 있다. 앞에 '보통'을 붙인건 역시나 이 기숙사는 모든게 다 불균형한 기숙사이기 때문이다. 원래 전자레인지는 4층에 한 개, 1층에 한 개 있었는데 어떤 못된 자식이 훔쳐가서 그 후로 전자레인지를 이용한 요리는 할 수 없었다. (우리층 부엌에 있던 책상은 스페인 애들이 파티할 때 자기네 방으로 가져갔다가 책상 다리 하나를 부러뜨려서 그 후로 쓸 수 없었다. 뭐 이런 식이다. 새로 교체해주지 않는다.)

 

<기숙사 부엌 싱크대>

 

 

<기숙사 가스레인지, 아, 참고로 성냥과 라이터는 기숙사생들의 MUST HAVE ITEM이었다.

         우리 동, 우리 층만 그런게 아니라 모든 기숙사 가스레인지가 다 스스로 불을 뿜지 못하였다...>

 

쓰다보니 기숙사 욕..만 잔뜩 쓴 것 같다. 그러나 오히려 내 포스트가 예방주사가 되어, 막상 도착해보면 '살만한데 여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혹시, 정말 나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면, Flat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방 찾다가 월 35만원에 사우나까지 딸린 집도 보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일이나 네덜란드에서 교환학생하는 친구들은 방세로 월 40~60만원 정도 내던데, 그에 비하면 리투아니아 집값은 훨씬 싼 편이니 고려해 볼만 하다. (이 글만 보고 리투아니아 집들은 모두 후지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한국에도 좋은집 나쁜집이 있듯, 리투아니아에서 이 기숙사가 나쁜집에 속할 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쓰고 나서 같이 교환학생을 했던 사람들한테 읽어보고 피드백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애증의 기숙사라면서 왜 '애'는 없고 '증'만 있냐고, 너무 단점만 늘어놓은게 아니냐고...... ㅎㅎ. 그래서 장점도 추가합니다. Sauletekio 39와 4는 경영,경제,법대가 있는 솔레테키오 캠퍼스에서 걸어서 10~15분 거리이다. 필자는 솔레테키오 캠퍼스에서 수업을 한 개도 안들었기 때문에 미처 이것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매일 걸어서 등하교 할 수 있다는 점은 엄청난 장점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