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 해외봉사/In Uzbekistan

[한국어교육] 3월 8일 여성의 날

정개 2017. 3. 12. 10:08

리투아니아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였다. 아무 생각 없이 등교를 하는데 등굣길에 모든 여자들이 꽃을 들고 있어서 '오늘 무슨 날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 날이 바로 여성의 날이었다. 한국에서는 '여성의 날'이란 게 있는 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설령 알고 있다고 한들 그냥 '이런 날이 있구나' 하는 정도지 축하를 하지는 않아서 사람들이 꽃을 주고 받는게 당시에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은 리투아니아보다 더욱 요란하게(?) 여성의 날을 보낸다. 여성의 날 하루만 공휴일이지만 전날부터 도시는 이미 축제 분위기다. 학생과 교사들은 학교에 나오지만 수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도 이날 오전에 정규 수업이 있었지만 (타의에 의해) 휴강 하고서 대학 내에서 하는 여성의날 행사에 참석했다.


​ 행사는 화려한 상들리에가 돋보이는 대강당에서 진행되었다.




행사는 (당연히) 모두 우즈벡어로 진행되어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먼저 학생 대표들이 여성의 날 행사가 시작됨을 알렸고 총장의 축사가 그 뒤를 이었다. 그다음 사회자가 여교수들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고서 총장이 앞에 나온 이들에게 장미꽃 한 송이와 상장 같은 것을 수여했는데 모든 여교수들에게 준 것은 아니고 각 과에서 몇 명씩 추려서 준 듯했다. 자기 학과 교수님이 받을 순서일 때 학생들이 열렬히 환호하는 것은 한국과 같았다. 꽃만 주면 행사가 늘어질 거 같았는지 중간중간 축하 공연이 있었다. 유명한 가수인지 아니면 학교 소속 교직원들인지는 모르겠으나 노래 부르는 사람들이 모두 남성들인게 흥미로웠다. 이 날만큼은 정말 남성들이 여성들을 위해 다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는 바로 '메이퀸(?) 선발 대회'. 3월이니 메이퀸이 아니고 '마치퀸'이라 해야 하나? 약간 미스코리아 대회처럼 느껴졌다. 대회에 나온 여학생들은 한 명씩 나와서 심사위원과 대중들에게 자신을 소개했는데 단순히 '어느 학과에 다니는 누구입니다.'로 그치지 않고 몇 년도에 태어났고, 가족들은 무얼 하고, 아주 세세하게 자신에 대해 소개해서 나로서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행사를 한 시간 정도 보다가 코워커 교수님과 잠시 얘기를 나누고 방과후 수업에 들어갔는데 정말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았다. 초급 2반 여학생들이 카네이션 꽃다발을 선물이라며 준 것이다. 사실 수업한 지도 얼마 안됐고 그렇게 사근사근한 선생님도 아니라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지 못하게 큰 선물을 받았다. 꽃 비쌌을텐데.... 에고....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카네이션'을 선물 해준 그 마음이 고맙다. 이렇게 부족한 나를 선생님이라고 따르는 학생들이 있어 힘이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