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적응훈련] 생일
내 생일은 동짓날이다. 우리 기수가 12월 13일에 우즈베키스탄에 왔으니 온 지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내 생일이었던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생일을 잘 챙기는 편이 아니라서 내 생일도 알리지 않는 편이다. 누군가 기억하고 축하해주면 고마운 일이지만 상대방에게는 365일 중에 평범한 하루에 불과할 텐데 괜히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서 페북 알림 같은 것도 아예 꺼둔 지 오래다. 그래서 출국 날짜를 들었을 때, 이번 생일은 조용히 자축해야겠단 생각을 했었고.
출국하기 전날 걸린 감기는 나을 생각을 하지 않고 점점 심해져서 훈련 초반에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었다. 몸이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유숙소 방음이 잘 되지 않아서 다른 방에서 주무시는 선생님들도 내 기침 소리에 잠이 깨곤 하셨으니, 다른 동기 선생님들도 환경이 바뀌어서 힘드실텐데 내 몸 관리하나 제대로 못해 옆에 선생님들께 피해를 끼치는 것 같아서 미안함과 자책감이 뒤섞여 마음도 많이 아팠었다. 동기 선생님들이 이것저것 배려를 많이 해주셨는데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그 기간이 길어지니 그저 내 스스로가 민폐 덩어리로 느껴지는 상황. 그러니 그 상황에서 생일 생각은 더더욱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저 '빨리 컨디션을 회복해서 내 몫이라도 제대로 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혼자 안간힘을 쓰고 있던 중에 생일 당일이 되었다. 다행히 철저한 보안(?) 덕분에 아무도 모르는 듯했다. 그런데.... 어떻게 안 건지 우리 교육을 도와주는 현지 코디네이터 친구가 생일을 축하한다며 아침에 단톡방에 메시지를 띄웠다. (이 친구는 교육이 끝난 지금도 다른 선생님들 생일날이 되면 가장 먼저 축하 메시지를 보내곤 한다.) 덕분에 축하 많이 받으며 생일다운 생일을 보낼 수 있었다.
케이크 여자 숙소 공금으로 처리하자니까 '이 정도는 살 수 있다'며 사주신 샘들. 감사합니다 :)
워낙 지난 세 달 동안 많은 일이 있었어서 사실 이날의 일을 잊고 지냈는데 우연히 다른 동기샘 블로그에서 현지적응교육 때 생일을 축하해 준 동기샘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한 글을 읽으면서 다시금 이날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글을 쓰면서 현지적응훈련 때의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동기 선생님들이 많이 보고 싶은 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