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fe/Kazakhstan(2014.09~2014.12)

KazGASA 기숙사에서 그녀가 사는 방법

정개 2014. 10. 23. 02:35

 

 

1) 기숙사에 들어올 때 마다 Security Guard 아주머니께 기숙사 출입증을 보이고 들어가야 하지만, 이 기숙사에 한국인은 나와 같이 온 선배 둘 뿐. 우리의 신원은 확실하기에 누가 들어도 외국인임이 확실한 "즈드라스브이쩨(안녕하세요)" 인사 한 마디면 기숙사 출입 프리패스.

 

2) KazGASA & KAU 기숙사에는 엘리베이터가 세 대 있는데 한 대는 한국 회사에서 만든 신형 엘리베이터이고, 두 대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엘리베이터 되시겠다. 이 구형 엘리베이터는 해당 층 버튼을 누르면 바로 문이 닫히고 출발하는데, 여러 층을 한 번에 누를 수 없고 한 번 운행 할 때 딱 한 층만 눌러야 하기에 엘리베이터를 타면 서로 몇 층 사는지 확인하는게 필수다. 처음에는 누가 나한테 물어보면 (러시아어로 숫자를 셀 줄 몰라) 몇 층이라고 대답하지도 못했는데 이제는 몇 층이냐고 먼저 묻기도 한다. 다만 7(Семь)과 8(Восемь)은 아직도 헷갈려서 7층, 8층 사는 학생과 같이 타는 날에는 긴장하기도..

 

3) 추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차 마시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여기는 음식이 기름져서 그런가.... 아무튼 Tea time을 종종 가지는데 처음에는 갖고 있던 생수를 마셨지만 이제는 내가 종류별로 티 팩을 사모으고 있다. 블랙티, 그린티 부터 시작해서 딸기 차, 꿀+계피향 차, 자스민 차, 알로에 차까지....

 

4) KazGASA 기숙사는 1호 2실(2인실-6인실)로 이루어져있으며, 8명이 한 개의 화장실, 샤워실을 같이 쓴다. 대체로 같은 학과끼리 방을 같이 쓰고 나이가 비슷하면 꽤 친하게 지내는 듯 하다. 6인실은 사실 그 좁은 방에 어떻게 여섯 명이 사는지 모르겠지만 (2층 침대 * 3개, 옷장 2개, 책상 1개, 식탁용 탁자 1개) 현재 4, 5학년인 내 이웃들은 어떻게 사는지 오래전에 터득한듯 하다. 요즘은 중간 평가 기간이라 컴퓨터로 작업할게 많은데 6인실 방은 사람 수에 비해 책상이 턱없이 부족해서 우리 방은 작은 작업실이 되었다. :D 다 친한 애들이라 불편한 건 없는데 시험 기간에 과도한 스트레스에 우리가 정줄을 놓듯 여기 애들도 가끔씩 작업하다가 정줄을 놓는다 ㅠㅠ 엄마 얘네 무서워....

 

5) 리투아니아 빌뉴스 대학교 기숙사에 냉장고가 넉넉하지 않다고 욕했거늘, 여기는 아예 공용 냉장고가 없다. 그래서 애들은 자비로 소형 냉장고를 구입하고 어떤 이들은 소형 TV도 방에 갖다 놓았다.

 

6) 내 룸메이트는 영어가 유창하단 이유 하나로 나와 같이 살게 되었다....  룸메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룸메와 사는게 좋다:D 특히 우리에겐 큰 공통점이 있는데 둘 다 요리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D 그래고 룸메이트가 나보다는 요리를 좀 하는 거 같은데, 아무튼 한 명이 요리를 하면 다른 한 명한테 권하기는 하는데 권하기 미안해서 주저할 때가 많다.

 

7) 룸메는 나의 노력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좋아하지 않지만 내 노력이 아예 필요 없거나 조금 들어간 한국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고추참치를 넣고 비빈 밥은 그녀가 절대 사양하지 못하는 음식 중 하나다.  룸메는 웬만한 한국 음식은 다 잘먹는다. 한인 체육대회에서 받은 도시락에 들어가 있는 오징어 볶음이라던가, 나는 입에도 대지 않는 오이 무침을 분명 처음 맛보는 것임에도 맛있게 잘 먹는다. 해물 볶음 양념을 빵에 발라먹거나, 조청 유과 한 봉지에 행복해 하는 그녀를 보면 괜히 미안해진다. (요리 못하는 나라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