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 112기 3

[현지적응훈련] 생일

내 생일은 동짓날이다. 우리 기수가 12월 13일에 우즈베키스탄에 왔으니 온 지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내 생일이었던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생일을 잘 챙기는 편이 아니라서 내 생일도 알리지 않는 편이다. 누군가 기억하고 축하해주면 고마운 일이지만 상대방에게는 365일 중에 평범한 하루에 불과할 텐데 괜히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서 페북 알림 같은 것도 아예 꺼둔 지 오래다. 그래서 출국 날짜를 들었을 때, 이번 생일은 조용히 자축해야겠단 생각을 했었고. 출국하기 전날 걸린 감기는 나을 생각을 하지 않고 점점 심해져서 훈련 초반에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었다. 몸이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유숙소 방음이 잘 되지 않아서 다른 방에서 주무시는 선생님들도 내 기침 소리에 잠이 깨곤 하셨으니, 다른 동..

[한국어교육] 3월 8일 여성의 날

리투아니아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였다. 아무 생각 없이 등교를 하는데 등굣길에 모든 여자들이 꽃을 들고 있어서 '오늘 무슨 날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 날이 바로 여성의 날이었다. 한국에서는 '여성의 날'이란 게 있는 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설령 알고 있다고 한들 그냥 '이런 날이 있구나' 하는 정도지 축하를 하지는 않아서 사람들이 꽃을 주고 받는게 당시에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은 리투아니아보다 더욱 요란하게(?) 여성의 날을 보낸다. 여성의 날 하루만 공휴일이지만 전날부터 도시는 이미 축제 분위기다. 학생과 교사들은 학교에 나오지만 수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도 이날 오전에 정규 수업이 있었지만 (타의에 의해) 휴강 하고..

[코이카 112기] 모두 안녕

​8주 간의 교육이 끝났다. 참 기다리던 순간이었는데 국내교육이 끝나기 며칠 전부터 동기들과 헤어진다 생각하니 울컥울컥 했다. 처음 영월 교육원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낯설고 '과연 두 달동안 얼마나 친해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서로에게 스며들기에 두 달이라는 시간은 그리 적은 시간이 아니었다. 빡빡한 교육 일정은 헤어질 준비를 할 시간도 넉넉히 주지 않았다. 물론 그속에서도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이별을 준비하긴 했다. 숙소에만 있지 않고 괜히 공동 공간에 나와 얼쩡 거리다가 한 마디씩 더 나누고, 일주일 전부터는 잘 찍지 않던 사진을 찍고, 시간을 쪼개어 편지를 썼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동기 샘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지만 잠을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어서 발대식 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