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 13

[우즈벡생활] 현지어, 현지어, 현지어!!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있던 나는 기왕이면 중앙아시아에서 봉사하고 싶었다. 중앙아시아 5개국 중에 현재 코이카가 단원을 파견하는 나라는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두 나라뿐인데 사실 민족어의 영향력이 큰 우즈베키스탄보다는 러시아어가 공용어로 사용되는 키르기스스탄이 좀 더 관심이 갔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우즈벡어를 배울 운명이었나 보다. 마침 코이카에 지원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무렵 111기 수요 요청 목록에는 키르기스스탄이, 112기 수요 요청 목록에는 우즈베키스탄이 있었는데 111기에 합격할 자신이 없어 면접을 포기하고 112기에 다시 지원했고 이렇게 지금 우즈베키스탄에 와 있으니 말이다. 만약 111기에 우즈베키스탄에 갈 한국어 교육 단원을, 112기에 키르기스스탄에 갈 한국어 교육 단원을 뽑..

[한국어교육] TOPIK (한국어 능력 시험) 결과가 나오다

​중급반 수업을 준비에 여념이 없던 와중에 알리의 문자를 시작으로 하나, 둘 학생들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 183점으로 4급이에요!', '선생님, 저 3급 받았어요. 많은 학생들이 3급 받았어요.' 등등. 게다가 페르가나 땅은 정말 기운이 좋은지 6급이 둘이나 나왔다. 외국에서 4급 받기도 어려운데 페르가나 이 지역에서만 6급이 둘, 5급이 셋. 토요일에도 고급반 학생들을 집으로 불러 강의했던 3번 고등학교의 곽 샘(이라 쓰고 '나의 페르가나의 하나 뿐인 친구'라고 읽는다.)은 입이 귀에 걸리셨다. 선임 선생님이 한국 가시자마자 바로 토픽 수업을 하느라 고생도 많았고 학생들이 토픽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해서(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 ..

[한국어교육] 페르가나 대학교 한국어 어벤저스

부제: Quiz on Korea 예심 준비 타슈켄트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통역을 도와주시는 교수님께 전화가 왔다. "6월에 한국 대사관에서 10개 대학교 학생들을 모아놓고 퀴즈 대회를 한대요. 대회 이름이 'Quiz on Korea'라고 하네요. 페르가나 대학교에서 4명이 출전할 수 있대요. 그래서 퀴즈 대회에 나갈 4명을 추천해 주셨으면 해요." 이 퀴즈 대회는 뭐지? 하고 구글에 검색해 보니 KBS에서 추석 때 특집 방송으로 외국인들이 나와 한국에 대한 퀴즈를 푸는 프로그램이었다. 여기에 나갈 대표를 나라마다 예심을 거쳐 한 명씩 뽑는 것이었고. 우즈베키스탄의 경우는 한국어학과 및 한국어 강의 수강생에게 한해서 예심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한 듯했다. 문제는 한국어로 문제..

[한국어교육] 어느 한국어 선생님의 일상

7시. 소파에서 눈을 뜬다. 어제 소파에 누워서 카톡을 하다가 잠이 들었나 보다. 이런, 오늘은 4빠라나 있는 날인데. 급하게 아이들에게 나눠 줄 유인물을 인쇄할 준비를 한다. 8시. 프린트를 하는데 한 시간이나 걸렸다. 역사학과 학생들에게 줄 프린트 5장, 초급 2반 학생들에게 줄 프린트 23장, 초급 1반 학생들에게 줄 프린트 35장을 인쇄한다. 출석부에 올라와 있는 이름은 더 많지만 몇 번 당한 뒤로 조금만 복사를 한다. 제발 복사한 만큼 학생들이 왔으면 좋겠는데....... 선임이 나눠 준 잉크로 과연 몇 달이나 버틸 수 있을까. 10시 20분. 이런! 오늘도 수업 준비를 하다 보니 늦었다. 결국 걸어서 20분 걸리는 거리를 택시를 탄다. 29분에 택시가 도착했다. 원래 콜택시 기본 요금은 250..

[코이카 112기] 모두 안녕

​8주 간의 교육이 끝났다. 참 기다리던 순간이었는데 국내교육이 끝나기 며칠 전부터 동기들과 헤어진다 생각하니 울컥울컥 했다. 처음 영월 교육원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낯설고 '과연 두 달동안 얼마나 친해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서로에게 스며들기에 두 달이라는 시간은 그리 적은 시간이 아니었다. 빡빡한 교육 일정은 헤어질 준비를 할 시간도 넉넉히 주지 않았다. 물론 그속에서도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이별을 준비하긴 했다. 숙소에만 있지 않고 괜히 공동 공간에 나와 얼쩡 거리다가 한 마디씩 더 나누고, 일주일 전부터는 잘 찍지 않던 사진을 찍고, 시간을 쪼개어 편지를 썼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동기 샘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지만 잠을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어서 발대식 때 &#0..

[코이카 112기] 국내교육 15일차 ~ 16일차

Day 15 : 내 인생에 최고의 운동을 만나다- 그 이름, 강강술래. 그다음날 아침 9시까지 국별 연구 PPT를 보내야 하는데, 저녁 이후에 '전통예술문화 익히기' 수업이 있다는 걸 알고 아침에 좌절 또 좌절이었다. 사실 강강술래를 엄~~청 하고 싶었던 건 아니라서 별로 큰 기대는 안했는데, 세상에... 그 어떤 운동보다 재..재밌어... (113기 분들이 언제 들어오실지 모르겠지만, 강강술래 추천드립니다.) 물론 약간의 반전은 있었다. 탈춤은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이 많다고 해서, 그나마 '서서 뛰어다니는 강강술래가 낫겠지'하고 강강술래를 택한 것이거늘.... 강강술래도 한다... 무엇을?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을... 그래서 뛰다가, 앉았다 일어났다 하고, 그러다 보면 힘이 들어서...쉰다ㅋㅋㅋㅋ ..

[코이카 112기] 국내교육 13일 & 14일차

Day 13: 2주만의 서울 나들이, 그것은 슬픔이었어. (부제: 택시비 57000원) 아는 사람들은 다들 알겠지만 (장담하건데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 한국어 교육 능력 검정 시험 2차 면접을 보기 위해 하루 외출을 받아 서울에 다녀왔다. 어제 일인데, 아직도 내가 서울에 갔다왔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5분 면접 보기 위해, 길바닥에서 10시간을 보냈다는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8시에 체크아웃 하러 본부 가는 길에 마주쳤던 샘들이 외출복을 입은 날 보고 "민간인 같다.", "면접 못보면 들어 올 생각도 하지 마라." 라며 응원해 주실 때까진 모든 일이 다 잘 풀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코이카 교육원이 산 골짜기에 있다는 걸, 속세와 정말 단절된 곳이라는 걸, 교육원 버스 없이는 이곳 밖을..

[코이카 112기] 국내교육 12일차

Day 12: 현지어 수업의 서막을 올리다. (1) 5시간 동안 현지어 수업을 했다. 우즈벡어는 라틴 문자를 쓰기에 캄보디아나 스리랑카, 몽골로 가는 단원들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축복받았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 언어를 익힐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니기에 '과연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익힐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든다. (2) 현지어 수업이 끝나고 나서는 1차 예방접종이 있었다. 양쪽 팔에 동시에 예방주사를 맞는 아주 진귀한 경험을 했다. (포스팅이 밀려서 12일차 일기를 하루 지나서 쓰고 있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파상풍 주사를 맞은 오른쪽은 팔을 높이 들 수가 없다. 아침 운동하는데 곳곳에서 앓는 소리가 나서 웃겼다.) (3) 주사를 맞고 나서는 '주천면민의 날' 행사에 대한 OT가 있었다. 주천..

[코이카 112기] 국내교육 6일차

부제: 이런 여유가 필요했어. 오늘은 오전에 영어 수업만 있고 나머지 일정이 없는 날이라 지금 벤치에 드러누워서 모처럼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Justin Bieber의 Love Yourself를 들으며. 오전 수업을 갈 때까지만 해도 안개가 자욱해서 오늘은 종일 날씨가 별로일 줄 알았더만 점심 먹고 나오니 청명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 여유는 곧 깨지고 마는데....... D-7 한국어 교원 능력 검정 시험 면접

[코이카 112기] 국내교육 5일차

약간... 슬럼프가 온 거 같다. 아님 나... 지친걸까...? ㅋㅋㅋㅋㅋ 아직 많은 강의를 들어본 건 아니지만 국내교육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얻는 게 많다. 영어 수업도 빡빡한 스케쥴 속에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숙제를 하는 게 힘들긴 하나 그래도 하고 나면 뿌듯한 것도 없잖아 있다. 잠시 영어 숙제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e.g 돌대가리 - 절대 내가 쓴 표현이 아니다, 교재에 'blockheads'라고 나와 있음)과 일을 할 때 생기는 어려움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전략을 세워보라. 부족한 영어의 문제도 있지만 이건.... 영어만의 문제는 아닌 거 같다. 내가 얼마나 평소에 생각을 안 하고 사는 사람이었는지 이제야 알겠다. 아, 사실 지금도 블로그에 글을 쓸 때가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