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코이카 5

벌써 1/4이 지났다.

얼마 전 1차 반기 보고서를 제출하고 나서 남은 날을 따져 보니 1년 5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적은 확률이긴 하지만 조기 귀국을 한다면 1년 3개월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새삼 코이카 단원의 임기가 짧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우즈베키스탄에 오기 전 보다 더 나아진 것 없이 나이만 두 살 더 먹고 돌아가게 될 것이다. 어쩌면 더 퇴보할 수도. ​ 기차 안에서 밖의 풍경이 한국에서 보는 그것과는 너무나도 달라 찍어서 친구에게 보내니(아, 물론 산을 넘어갈 때는 통화도, 3G도 되지 않는다. 저 사진을 찍고 두 시간 뒤에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저런 풍경을 매일 보고 사는 것도 축복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게, 정말 축복이란 생각이 든다. 이곳에 너무 익숙..

[우즈벡생활] 현지어, 현지어, 현지어!!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있던 나는 기왕이면 중앙아시아에서 봉사하고 싶었다. 중앙아시아 5개국 중에 현재 코이카가 단원을 파견하는 나라는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두 나라뿐인데 사실 민족어의 영향력이 큰 우즈베키스탄보다는 러시아어가 공용어로 사용되는 키르기스스탄이 좀 더 관심이 갔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우즈벡어를 배울 운명이었나 보다. 마침 코이카에 지원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무렵 111기 수요 요청 목록에는 키르기스스탄이, 112기 수요 요청 목록에는 우즈베키스탄이 있었는데 111기에 합격할 자신이 없어 면접을 포기하고 112기에 다시 지원했고 이렇게 지금 우즈베키스탄에 와 있으니 말이다. 만약 111기에 우즈베키스탄에 갈 한국어 교육 단원을, 112기에 키르기스스탄에 갈 한국어 교육 단원을 뽑..

[한국어교육] TOPIK (한국어 능력 시험) 결과가 나오다

​중급반 수업을 준비에 여념이 없던 와중에 알리의 문자를 시작으로 하나, 둘 학생들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 183점으로 4급이에요!', '선생님, 저 3급 받았어요. 많은 학생들이 3급 받았어요.' 등등. 게다가 페르가나 땅은 정말 기운이 좋은지 6급이 둘이나 나왔다. 외국에서 4급 받기도 어려운데 페르가나 이 지역에서만 6급이 둘, 5급이 셋. 토요일에도 고급반 학생들을 집으로 불러 강의했던 3번 고등학교의 곽 샘(이라 쓰고 '나의 페르가나의 하나 뿐인 친구'라고 읽는다.)은 입이 귀에 걸리셨다. 선임 선생님이 한국 가시자마자 바로 토픽 수업을 하느라 고생도 많았고 학생들이 토픽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해서(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 ..

[현지적응훈련] 생일

내 생일은 동짓날이다. 우리 기수가 12월 13일에 우즈베키스탄에 왔으니 온 지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내 생일이었던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생일을 잘 챙기는 편이 아니라서 내 생일도 알리지 않는 편이다. 누군가 기억하고 축하해주면 고마운 일이지만 상대방에게는 365일 중에 평범한 하루에 불과할 텐데 괜히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서 페북 알림 같은 것도 아예 꺼둔 지 오래다. 그래서 출국 날짜를 들었을 때, 이번 생일은 조용히 자축해야겠단 생각을 했었고. 출국하기 전날 걸린 감기는 나을 생각을 하지 않고 점점 심해져서 훈련 초반에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었다. 몸이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유숙소 방음이 잘 되지 않아서 다른 방에서 주무시는 선생님들도 내 기침 소리에 잠이 깨곤 하셨으니, 다른 동..

[한국어교육] 3월 8일 여성의 날

리투아니아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였다. 아무 생각 없이 등교를 하는데 등굣길에 모든 여자들이 꽃을 들고 있어서 '오늘 무슨 날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 날이 바로 여성의 날이었다. 한국에서는 '여성의 날'이란 게 있는 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설령 알고 있다고 한들 그냥 '이런 날이 있구나' 하는 정도지 축하를 하지는 않아서 사람들이 꽃을 주고 받는게 당시에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은 리투아니아보다 더욱 요란하게(?) 여성의 날을 보낸다. 여성의 날 하루만 공휴일이지만 전날부터 도시는 이미 축제 분위기다. 학생과 교사들은 학교에 나오지만 수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도 이날 오전에 정규 수업이 있었지만 (타의에 의해) 휴강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