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반 수업을 준비에 여념이 없던 와중에 알리의 문자를 시작으로 하나, 둘 학생들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 183점으로 4급이에요!', '선생님, 저 3급 받았어요. 많은 학생들이 3급 받았어요.' 등등.
게다가 페르가나 땅은 정말 기운이 좋은지 6급이 둘이나 나왔다. 외국에서 4급 받기도 어려운데 페르가나 이 지역에서만 6급이 둘, 5급이 셋. 토요일에도 고급반 학생들을 집으로 불러 강의했던 3번 고등학교의 곽 샘(이라 쓰고 '나의 페르가나의 하나 뿐인 친구'라고 읽는다.)은 입이 귀에 걸리셨다.
선임 선생님이 한국 가시자마자 바로 토픽 수업을 하느라 고생도 많았고 학생들이 토픽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해서(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 가려고 하지 않고 어려운 토픽 문제에 덤벼드는 학생들이 많음) '아, 이놈의 토픽'이라고 생각했던 나도 막상 학생들이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니 기분이 좋은 걸 숨길 수가 없다.
물론, 학생들에게 감사 인사는 지금 앞에 있는 내가 받았지만 이곳에 파견된 지 세 달밖에 안 된 내가 가르치면 얼마나 가르쳤겠는가. 내 선임 선생님들, 아니 그동안 이곳에 파견된 선배 단원들이 뿌린 씨앗을 그저 내가 마지막으로 거두기만 했을 뿐이다. 학생들 중에 2번 학교에서 처음으로 코이카 선생님에게 한국어를 배웠던 학생들이 많이 있다. 그 학생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지금은 새로운 코이카 선생님이 왔을 때 통역을 맡아 하고 선생님들의 정착을 돕는다. 지금은 maktab에는 코이카 단원을 파견하지 않지만 페르가나 대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나한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maktab 학생들이 자라서 몇 년 뒤에 5급, 6급을 받고 또다른 코이카 선생님들의 입과 귀가 되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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