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반기보고서 마지막에 이런 말을 썼더랬다. ‘임지 파견을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한국어’ 교사로서 나의 부족한 지식과 경험을 걱정했었다. 그러나 학생들을 만나면서 나는 ‘한국어’ 교사가 아니라 한국어 ‘교사’로서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내 그릇이 크지 못해 학생들을 제대로 품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할 때가 많다. 하루는 수업 끝나고 모처럼 에너지가 남아 있어서, 집에 같이 가겠다고 남아 있는 학생들한테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좋아하면서도 마냥 좋아하지는 못하고 이렇게 물어온다. “선생님, 오늘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요?” 내가 이다지도 곁을 내주지 않았었구나 싶었다.
무뚝뚝하고 수업 끝나고는 말도 많이 안하고 화도 많이 내는 선생님이 뭐가 그리도 좋은지. 가끔 아이들이 내게 보여주는 따뜻한 마음에 때론 미소가, 때론 눈물이 나온다.
초급반 학생들한테 ‘자기소개’를 써 오라는 숙제를 내줬더니만 러브레터를 써온 나시바. 숙제 검사하다가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더 많은 학생들이 토론에 참여했으면 해서 일부러 가벼운 질문을 던지며 밝은 분위기로 토론회를 이끌었더니 토론 수업이 끝나고 한 학생이 이렇게 문자를 보내왔다. “선생님이 오늘처럼 기분이 좋은 걸 본 적이 없어요. 오늘 무슨 좋은 일이 있었어요?” 오늘 여러 학생들이 토론에 참여해서 기분이 좋았다고 답하니까 그런 내 말이 듣기 좋았던지 ‘선생님이 의사였으면 좋겠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 일을 계속 할 지는 모르겠다. 사실 지금 마음으로는 선생님으로 사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거 같은데 또 사람 일이라는 게 모르는 거니까. 학생들이 항상 예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이곳에서 잘 지낼 수 있는 건 이런 소중한 추억들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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