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 해외봉사/In Uzbekistan

[현지적응훈련] 이제는 사라진 돈뭉치와의 전쟁

정개 2018. 8. 2. 00:34

​핸드폰 사진첩을 보니 2016년 12월 15일, 다시 말해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하고 다다음 날에 찍은 사진이 눈에 띄었다. 바로 이 ‘돈뭉치’ 사진이다.



지금은 10000숨, 50000숨 지폐가 나와서 환전할 때 저렇게 돈뭉치를 받을 일이 없지만, 우리가 처음 왔을 때만해도 5000숨이 최고액권이었고 5000숨이 시장에 많이 풀려 있지도 않아서 거의 1000숨으로 돈을 바꿔 와야 했다. 한 다발(?)에 지폐 100장인데 1000숨 한 다발이면 10만숨이다. 내가 처음 우즈베키스탄에 왔을 때 시장환율이 1달러에 6800숨이었으니 100달러짜리 지폐 한 장 가지고 나가면 천 숨짜리로 680장-자그마치 여섯 개의 돈 다발을 받고도 80장을 낱장으로 더 받아야 했음-을 받아야 했다. 환전을 하러 갈 때마다 돈을 ‘담을’ 가방을 챙겨야 했다.



이제는 시장환율이랑 은행환율이 같아져서 굳이 시장에서 돈을 바꿀 이유가 없어졌지만 저 때만 해도 은행환율이랑 시장환율이 2배 가까이 차이가 났을 때라 시장에 가서 돈을 바꾸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모두가 시장에서 돈을 바꾸지만 이것은 엄연히 불법이라서 항상 ‘그냥 가게에 물건을 사러가는 손님인 척’ 연기를 해야 했다. 숨겨 두었던 연기력까지 발휘하면서 돈을 바꾸고 나면 또다른 퀘스트가 기다리고 있다. 이제 계산할 때 편하도록 돈을 묶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1000숨 짜리와 10000숨짜리는 10장씩, 5000숨 짜리는 20장씩 묶는다. 이렇게 묶어 두면 지갑 안에 돈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만 숨, 오만 숨 지폐가 나오기 전에는 매일 돈 정리하는 게 일이었는데, 이제는 환전할 때 보통 10000숨이나 5000숨으로 환전을 해 줘서 전처럼 돈 세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