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 해외봉사/In Uzbekistan

[한국어교육] 페르가나 대학교 한국어 어벤저스

정개 2017. 5. 22. 14:45

부제: Quiz on Korea 예심 준비

타슈켄트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통역을 도와주시는 교수님께 전화가 왔다. "6월에 한국 대사관에서 10개 대학교 학생들을 모아놓고 퀴즈 대회를 한대요. 대회 이름이 'Quiz on Korea'라고 하네요. 페르가나 대학교에서 4명이 출전할 수 있대요. 그래서 퀴즈 대회에 나갈 4명을 추천해 주셨으면 해요."

이 퀴즈 대회는 뭐지? 하고 구글에 검색해 보니 KBS에서 추석 때 특집 방송으로 외국인들이 나와 한국에 대한 퀴즈를 푸는 프로그램이었다. 여기에 나갈 대표를 나라마다 예심을 거쳐 한 명씩 뽑는 것이었고. 우즈베키스탄의 경우는 한국어학과 및 한국어 강의 수강생에게 한해서 예심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한 듯했다.

문제는 한국어로 문제를 듣고 풀어야 하며 K-pop부터 한국의 사회, 역사까지 다방면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데 정규 강의를 듣는 학생 중에는 도무지 내보낼 만한 학생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주 잠깐 고민을 하다 방과 후 수업을 듣는 몇 안 되는 페르가나 대학 학생들에게 한 명, 한 명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해서 중급반의 영문과 3학년 남학생 한 명과 영문과 2학년 여학생 한 명, 초급 2반의 우즈벡어과 4학년 여학생 하나, 초급 1반의 2학년 남학생 하나, 이렇게 예심에 나갈 넷을 정하였다. (성비도 맞고 학년도 2학년부터 4학년까지 다양하고 구성이 아주 조화롭게 되었다.)

그렇게 대회에 나갈 학생들을 정하고 퀴즈 대회 때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우리 집에서 같이 공부를 하기로 했다. 어제가 세 번째 수업이었다. 예심에 나올 학생은 총 100명, 그중에 1등 한 명만이 한국에서 열리는 결선에 참여하게 된다. 그야말로 확률 1%의 게임이다. 게다가 한국어 전공이 개설되어 있지도 않고 학교가 수도에 있지도 않아서 정보전에서도 밀리는 우리에게는 더 불리한 게임이다.
(수도 타슈켄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동기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고 갔을 것이다.) 1%의 영광이 우리 학교에서 나오면 정말 좋겠지만 희박한 확률이라 그저 꿈만 꿀 뿐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수업을 하는 게 어떻게 보면 희망 고문을 하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되고 괜히 애들 고생만 시키는 거 같아서 때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다행히 애들이 이 토요일 보충 수업을 즐거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도 이 보충 수업이 즐겁고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사실 이 네 명의 학생들은 전부터 꽤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페르가나 대학교 학생들이라 해서 눈길이 갔는데 몇 달 동안 지켜보니 수업도 성실히 나오고 예의가 발라서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마음 속으로 많이 예뻐했던 아이들이었다. 좀 더 이 학생들과 얘기를 나누어 보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는데 '퀴즈 온 코리아' 준비가 이 아이들과 친해지는데 좋은 계기가 된 셈이다. 늘 많은 학생에게 둘러싸여 있었지만, 마음 둘 곳이 없어 때때로 외로움을 느꼈는데 나를 이해해 주는 학생들이 생긴 것 같아서 마음이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