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Kazakhstan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카자흐스탄 쉼켄트 가기

정개 2024. 3. 22. 23:56

부제: 스타벅스 커피 마시러 왕복 6시간 


우즈베키스탄엔 스타벅스가 없다. 평소에 커피를 즐겨 마시지도 않지만 그래도 자의로 마시지 않는 것과 타의에 의해 마시지 못하는 것은 다른 법. 그러다 여성의 날(3/8)이 금요일이라 금,토,일 쉬는데 이대로 집에만 있기 아쉽다는 마음과 스타벅스에서 책을 읽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합쳐져 카자흐스탄 쉼켄트에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이미 타슈켄트에서 쉼켄트 가는 방법에 대해 포스팅한 사람들이 많지만(아 많다곤 할 수 없나?)  최신 정보를 갈구하는 나같은 사람들을 위하여, 그리고 내 나름대로 기록을 남기는 데 의미가 있으니 그날의 여정을 적어본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카자흐스탄 쉼켄트까지 가는 방법엔 ① 자차로 이동하기, ② 버스, ③ 기차, ④ 공용택시 등이 있는데 우리는 이중 공용택시를 타는 걸 선택했다. 

Step 1 :  타슈켄트 시내에서 국경까지 이동

일단 공용택시를 타려면 먼저 우즈베키스 탄-카자흐스탄 국경까지 가야 한다. 우리는 시내(미라바드 시장)에서 얀덱스를 불러 국경까지 갔다. 얀덱스 어플을 켜고 도착지점을 'Gisht-kuprik'이라고 치면 'Пограничный пост(국경초소) Гишт-Куприк'이라고 뜨는데 여기로 찍으면 국경까지 잘 도착할 수 있다. 시내 어디서 출발하느냐, 어느 시간대에 출발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내에서 국경까지 60,000숨($5) 정도 들고, 40분~50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국경 주변에 차가 많아 국경초소 바로 앞에 내리긴 힘들 거 같고 보통은 주차장 초입에서 내리게 될 것이다.


주차장을 지나 JML Plaza를 지나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쫓아가면 카키색 제복을 입은 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여권을 보여주는 것을 시작으로 육로로 국경을 넘는 여정(?)이 시작된다. (참고로 국경을 넘는 동안 총 6번 여권검사를 하니 국경을 완전히 넘을 때까지 여권은 가방에 넣지 말고 손에 들고 있을 것을 권한다.)  
 
Step 2 :  걸어서 국경 넘기 (30분)


국경을 넘으려면 배나 비행기를 타야하는 숙명을 지닌 남한사람에게 육로로 국경을 넘는 것은 흔치 않은 일. 전에 버스를 타고 칼리닌그라드에서 리투아니아 니다로 국경을 넘어본 적이 한번 있었지만 준비된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는 것과 국경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국경을 넘은 다음 다시 카자흐스탄에서 택시를 수배(?)하는 것은 난이도가 천양지차. 국경을 넘는 과정 자체는 여권 보여주고, 물어보는 말에 대답만 하면 돼서 별로 큰 어려움은 없었다만 여기를 지나 여행하는 외국인 여행객이 별로 없어서인지 나와 일행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Step 3 : 국경에서 공용택시 타고 쉼켄트 시내로 이동(1시간 30분)

초소라고 해야 하나 건물을 나오면 어디나 “Такси(탁시)?”를 외치며 기사들이 몰려든다. 프로페셔널 여행자들은 이들과의 밀당에서 지지 않겠지만 나는 늘상 지기에, 혼자 쉼켄트를 가야 했다면 나는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버스나 기차를 탔을 것이다. 그러나 같이 가는 일행이 셋이나 있었고 차 한대를 빌리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 합리적이었기에 몰려든 기사들과의 택시비 흥정은 불가피했다.

살면서 남한테 소리질러본 적이 없는데 처음으로 화를 낸 것 같다. 분명 최근 블로그에서 한 자리 당 2,000 텡게, 차 한대를 빌리는 데는 8,000 텡게가 적정가(?)임을 확인했고, 8천 텡게를 달러로 환산하면 18불이 좀 안 되어서 20달러로 협상을 보려고 했다. 그런데 처음에 텡게로 8,000 텡게에 합의보고서 달러로 주겠다니까 40달러를 내라고 해서 환율대로라면 20달러 아니냐고 하니, 모여있는 열댓 명의 기사들이 니가 뭘 모르는 거라며 합심해서 한 자리에 4000 탱게가 적정가고 그러니 한 대에 40불이 적정가라고 우기는데 러시아어 못하는 외국인들 등 치려고 여럿이 한데 입모아 작당하는 게 느껴져서 화를 버럭내고 일행들을 데리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니 그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기사 한명이 우릴 따라와서 25달러에 갈 수 있다고 해서 그 차를 타기로 했다. 더 깎아볼까란 생각을 몇 초간 했지만 40불에 비하면 25불이란 가격은 퍽 양심적으로 느껴졌고 차가 매우 깨끗한 쉐보르 세단이라 хорошо(하라쇼)하고 차에 올라탔다.

국경에서 쉼켄트 시내까지(우리는 쉼켄트 플라자로 바로 직행했다)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다. 총 가는 데 걸린 시간은 3시간 남짓.
쉼켄트에서 네 시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왕복 6시간을 길에서 보냈다. 우리의 기대와 달리 카자흐스탄 스타벅스 메뉴가  단촐하고, 그마저도 주문이 잘못 들어가 말차 프라푸치노 대신 따뜻한 말차 라떼를 마셔야 했지만, 그래도 타슈켄트와 비슷한 듯 다른 분위기의 거리를 걷는 것도 좋았고 자본주의의 향기가 물씬 나는 쇼핑몰 구경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