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2B 15과 제목이 '한국 생활에 익숙해졌어요'이다.
애들한테 본문 대화를 설명하고, 외우게 시키고, 상황극을 하게 한다음 선생님한테도 너네가 질문해보라고 하니까 2B 반의 에이스인 라므스벡이 "선생님, 우즈베키스탄에서 사는 것이 어때요?"라고 물어서 본문을 살짝 변형해서 "처음에는 우즈벡어를 몰라서 힘들었지만 지금은 익숙해졌어요.", "우즈벡 문화를 잘 몰라서 고생했는데 지금은 좀 이해하게 되었어요." 라고 답했더니 애들이 손뼉을 치면서 좋아했다.
애들한테 듣기 좋으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나는 이곳에, 이 생활에 익숙해졌다. 이제 영어보다 우즈벡어가 먼저 튀어 나오고, 여전히 타슈켄트에서는 2배 넘는 돈을 내고 택시를 타긴 하지만 적어도 내가 있는 동부 지역에서는 현지인들과 똑같은 돈을 내고 택시를 탈 수 있고, 시간표가 당일에 바뀌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웃으며 넘길 수 있게 되었다. 한국어 선생님으로도 이제 어엿한 테가 난다. 한 학기 지내봤다고 이제 '어느 시간에 수업을 해야 빈 강의실을 구하기 쉬운지', '학생들 반 편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지사항 전달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등 나를 괴롭게 했던 애로사항을 처리하는 데도 나름대로의 요령이 생겼다.
물론, 나 혼자 잘해서 이렇게 잘 적응한 것은 아니다. 학생들과 선배 단원의 도움이 컸다. 언어가 익숙하지 않을 때 고급반 학생들이 통역을 도와줬고 기관 상황이 파악이 안되서 난감할 때, 우즈벡 문화가 낯설어 학생들의 관계에서 힘들어 할 때, 선배 단원은 이제껏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다. 이제 페르가나에 유일한 친구였던 그녀가 귀국하고, 가장 많이 의지했던 두 학생이 한국에 공부하러 간다. 또 시간이 지나면 그들의 빈자리 마저도 익숙해지겠지만 마음 한 구석이 허한 것은 어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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