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기간에 맞춰 한국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다시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기 싫다고 징징 거리는 나에게 친구는 “이 상병, 복귀하지마!”(KOICA 봉사단원 임기가 공군 임기와 같다면서 이 친구는 내가 출국하는 그 날로 ‘전역일 계산기’ 어플을 다운 받았다. 현재 나는 국방부 시계로 ‘상병’이라고 한다.)라며 복귀를 말리기도 했지만, 결국 돌아왔다.
마음은 불편해도 몸이라도 편했으면 좀 나았을 텐데 돌아오는 길은 참 험난했다.
인천->타슈켄트: 16시간 40분 지연 😂
15시 30분에 떠야 했던 비행기는 ‘타슈켄트 공항에 안개로 인해 출발 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방송만 한 시간을 반복하더니 결국 다음 날 오전 8시 10분에 출발한다는 안내가 나왔다.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 우리에게 생간 거냐며, 휴가 날짜를 맞춘 동기샘과 둘다 허탈해서 눈만 꿈뻑꿈뻑.
비행기에서 내리니 이런 종이 한 장만 주고 수하물 찾는 곳으로 데려간다. 승객들은 모두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어리둥절한데 안내할 직원은 뒤늦게야 와서 짐 찾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서서 육성으로 안내하는 게 전부다. 그것도 한국어로만. 승객의 반이 우즈벡 사람이었는데 그들을 위한 러시아어, 우즈벡어 안내는 전혀 없었다. 수하물 찾는 곳에서부터는 영어 안내도 없었다. 동기샘은 우리도 우리지만 외국인들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며 외국에서 본인이 이런 일을 겪으면 너무 화 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나도 안타까웠지만 통역을 할 자신도 없고 대한항공에서도 승객 중에 우즈벡어나 러시아어를 할 사람을 찾지도 않아서 나서지 않으려고 했는데 내 옆에 있던 우즈벡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Nima dedi? (저 사람 뭐라고 말한 거야?)”라고 말하는 걸 듣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내가 아는 모든 우즈벡어를 동원해서 안내를 했다.
우리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기상악화로 인한 결항, 지연은 항공사의 과실이 아니므로 보상 의무가 없다고 한다. 납득이 가기에 우리 사비로 숙박을 해결해야 하느냐고 따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미숙하고도 무책임한 대처에는 항의하고 싶었다.
기상악화로 인하여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상황이 승객에게는 드문 일일 수 있어도 항공사 직원들에게는 흔하지는 않더라도 드물게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에 대한 메뉴얼을 확립하고 움직였어야 한다. 이번 같은 경우 단순히 서너시간 출발이 지연된 게 아니라 비행기에서 내려서 면세품을 반납하고 입국심사를 받고 공항으로 다시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승객들이 알아서 하루 숙박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 모든 절차를 승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방송을 통해 안내했어야 한다고 본다.
'My Life > Uzbekistan (2016.12.13 ~ 2018.12.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01.30.~2018.02.04. (0) | 2024.08.22 |
---|---|
빈자리는 언제나 크다 (1) | 2017.10.26 |
익숙해진다는 것 (2) | 2017.10.11 |
무제 (0) | 2017.08.31 |
❤️ (0) | 2017.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