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 해외봉사/국내교육

[코이카 112기] 영월 빌리지, 내가 접수하였도다

정개 2016. 11. 19. 22:38

 

저번 외박 때 글 올리고 나서 열흘 만에 다시 쓰는 블로그다.

 

여기의 생활이 이제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그냥 일상처럼 느껴져서 그런가, 블로그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폰이 고장 나서 아예 의욕을 잃었던 것일 수도 있고(?)

 

아무튼 24시간 붙어있던 동기들이 각자의 집으로 가고 난 후의 이곳 영월 빌리지는 매우 조용하다. 분명 오늘 아침까지(외박 가는 토요일에도 아침 운동은 빠지지 않았다!) 봤던 사람들이고 내일 저녁이면 볼 사람들인데 막상 있다가 없으니 매우 허전하다.  물론 그 허전함을 외부 손님들이 조금 채워주기는 했다. 외박 안 나가는 인원이 몇 없어서 교육동에 아무도 없을 줄 알고 '백수 스타일'로 숙소를 나섰는데, 웬걸!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엄청 많았다. (월드프렌즈 빌리지 투어 비슷한 걸 하는 듯하였다.)  엄청... 하하하하하하  뭔가 내 집에 외부 사람이 온 기분...? 아무튼, 기분이 이상했다.

 

지난 2주간 한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곱씹어 보면 많은 일이 있었다. (그게 국내교육의 매력.......)

 

(1) 레크레이션 

 4주차 일요일에는 기수 대표들의 진행 하에 '레크레이션'을 하였다. 처음에 포크 댄스를 춰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앞이 막막했는데 어느 순간 즐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레크레이션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다들 어느 순간부터 몰입해서 열정적으로 하고 있었다. 처음에 우리가 교육받는 대강당에서 레크레이션을 한다고 했을 때는 '실내에서 과연 가능할까'란 생각이 들었는데 '단체 줄넘기'도, '장애물 달리기'도 모두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은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글을 쓰고 있지만 정말... 열심히 했다... 

 

(2) 등산

 날이 추워졌다가 다시 따뜻해졌다가 하면서 길이 미끄러워져서 원래 가기로 했던 산 대신 조금 완만한 산으로 극기훈련을 간다고 해서 안심했었다. 하지만........ 등산화를 사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어차피 운동화를 더 못 신고 버리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냥 등산화를 샀을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왜 등산화를 신는지 잘 몰랐다. 산에 갈 일이 없었으니까......? 근데 확실히 덜 미끄러지더라. 그래도 뒤쳐지는 동기들 밀어주고, 넘어질 뻔 할 때마다 옆에서 붙잡아주면서 같이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어서 좋았다.

 

(3) 나도 스타강사

  거참. 누가 지은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이거 프로그램 명칭 좀 바꾸었으면........ 민망하다. 민망. 입교 첫 날이었던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간단한 안내를 받았을 때, 교육 일정표에 '나도 스타강사'가 써있는 걸 보고 '오, 과연 이걸 누가 할까?'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나였다. 꺼이꺼이.

 

  한국어 교육이 아닌 다른 분야로 가게 되더라도 한국어 수업을 부탁 받거나 언어 교환을 하면서 현지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일이 종종 있다는 얘기를 선배 단원들과 강사님들께서 몇 차례 말씀하셨고 누군가는 이에 대해 강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전에도 이와 비슷한 것을 했던 적이 있어서 내가 하겠다고 지원했는데, 오 지저스, 나는 기껏해야 15~20명 정도 앞에서 얘기를 하게 될 줄 알았다. 약간 소모임처럼 강제성이 없는 시간인 줄 알아서, 듣고 싶은 사람은 듣고 들을 강의가 없는 교육생들은 자습하는 시간이 될 줄 알았는데, 모두가 하나의 강의는 들어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그런데 강의를 열겠다고 신청한 교육생이... 나 포함 둘 밖에 되지 않았고... 최대 50명을 맡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되고 나서, 강의 당일까지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준비할 때는 '강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까'(사실 이게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정말 고민도 많았고 또 동기 교육생들의 소중한 두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는데, 어떻게 끝나긴 끝났다. 사실 내가 많이 부족했다. 준비한 얘기의 절반도 못 말하고 횡설수설, 나조차도 말을 하면서도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나 자괴감도 들었는데, 다들 '저 애가 지금 제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하는 눈빛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잘 들어주셨다. 말이 막혀서 당황해할 때마다  따스한 눈빛을 보내던 동기들의 눈빛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