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fe/Uzbekistan (2016.12.13 ~ 2018.12.13)

житон이 어서 빨리 끝나길

정개 2017. 4. 2. 17:35

우즈베키스탄 한국어 교육 단원이 파견되는 기관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직업훈련원', '리쩨이(고등학교)', '대학교'로 말이다. 한 3년 전까지만 해도 마키탑(초중등학교)로도 파견했지만 이제는 마키탑으로는 코이카 단원을 파견하지 않고 있다. 처음 파견 기관이 정해졌을 때 대학 기관으로 파견되므로 EPS-TOPIK은 나와는 크게 상관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왠걸, EPS-TOPIK, 여기 말로는 житон(쥐톤)은 요즘 내 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부정적으로.

유독 우즈베키스탄에서 EPS 토픽을 많이 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공식 홈페이지에서 접수를 받은 것이 아니고 자체 홈페이지에서 접수를 받는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접수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해서 '접수창이 한국어와 영어로만 되어 있어서 힘든가 보다'고 생각하고 도와주겠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고 꿍꿍이가 따로 있었다. '시험 문제를 대신 풀어달라는 것'이었다. 응시하려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한국과는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인원을 거르기 위해 인터넷으로 예선 시험을 치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정말 한국어를 배워서 정정당당하게 이 시험에 통과하려는 이들도 있지만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데도(혹은 한국어를 아예 모르는데도) 한국에 가고 싶어 이 시험을 응시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들은 한국어를 잘하는 친구, 친구의 친구, 친구의 동생 등 인맥을 총동원해서 대리 시험을 쳐 줄 이를 구한다. 이들은 'yordam bering'(도움을 주세요)이라고 말하지만 따지고 보면 '대리시험' 쳐달라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그 청탁은 나에게까지 들어온다. 매일 집으로 찾아와서 시험 쳐달라고 떼를 쓰는 학생이 있지를 않나, 주말에 전화해서(안 받으면 받을 때까지 전화한다) 자기 아는 사람들 시험 치는 거 도와줄 수 있냐고 묻지를 않나, 전혀 모르는 애가 와서 도와달라고 하지를 않나, 한국에서도 FM이었던 내가 절대 용납할 수 있는 일을 해달라고 난리다.

그저 житон 접수 기간이 어서 지나가기를 바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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