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정개월드 75

16시간 40분 출발 지연

겨울방학 기간에 맞춰 한국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다시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기 싫다고 징징 거리는 나에게 친구는 “이 상병, 복귀하지마!”(KOICA 봉사단원 임기가 공군 임기와 같다면서 이 친구는 내가 출국하는 그 날로 ‘전역일 계산기’ 어플을 다운 받았다. 현재 나는 국방부 시계로 ‘상병’이라고 한다.)라며 복귀를 말리기도 했지만, 결국 돌아왔다. 마음은 불편해도 몸이라도 편했으면 좀 나았을 텐데 돌아오는 길은 참 험난했다. ​인천->타슈켄트: 16시간 40분 지연 😂 ​15시 30분에 떠야 했던 비행기는 ‘타슈켄트 공항에 안개로 인해 출발 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방송만 한 시간을 반복하더니 결국 다음 날 오전 8시 10분에 출발한다는 안내가 나왔다.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 우리에게 생간 거냐며,..

빈자리는 언제나 크다

페르가나에 하나밖에 없는 친구가 임기를 다 마치고 한국에 돌아갔다. 그녀와의 헤어짐이 괜찮지는 않을 거라는 걸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나 힘들 줄은 몰랐다. 무슨 일을 해도 그 끝은 그녀의 빈자리를 확인하는 것이어서 어제 하루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오는 연락도 받지 않고 계속 잠만 잤다. 월요일 밤에 타슈켄트 공항에서 그녀를 배웅하고 화요일 아침에 기차를 타고 혼자 임지로 돌아오는데 계속해서 눈물이 났다. 사실 그녀는 멀리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혼자 기차를 타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었는데, '이제 돌아가면 페페샘이 페르가나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지방에 배치된 것에 대해 단 한 번도 불만을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마음 나눌 사람 없이 혼자 견뎌야..

익숙해진다는 것

서울대 2B 15과 제목이 '한국 생활에 익숙해졌어요'이다. ​ 애들한테 본문 대화를 설명하고, 외우게 시키고, 상황극을 하게 한다음 선생님한테도 너네가 질문해보라고 하니까 2B 반의 에이스인 라므스벡이 "선생님, 우즈베키스탄에서 사는 것이 어때요?"라고 물어서 본문을 살짝 변형해서 "처음에는 우즈벡어를 몰라서 힘들었지만 지금은 익숙해졌어요.", "우즈벡 문화를 잘 몰라서 고생했는데 지금은 좀 이해하게 되었어요." 라고 답했더니 애들이 손뼉을 치면서 좋아했다. 애들한테 듣기 좋으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나는 이곳에, 이 생활에 익숙해졌다. 이제 영어보다 우즈벡어가 먼저 튀어 나오고, 여전히 타슈켄트에서는 2배 넘는 돈을 내고 택시를 타긴 하지만 적어도 내가 있는 동부 지역에서는 현지인들과 똑같은 돈..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 한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아서 내 블로그에 들어오는 사람도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방문자 수 통계 확인하고 뒤로 넘어갈 뻔했다. 대체 8월 27일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유입키워드에 '솔레테키오 39'가 1위에 올라와있는 걸 보고 완전 빵터졌다. 요즘 리투아니아 빌뉴스 대학교 교환학생 신청하는 기간인가 보다. 3년 전에 쓴 글을 아직도 사람들이 읽는다는 게 조금은 무섭기도 하고... 오죽 정보가 없으면 3년 전에 쓴 글까지 검색되나 싶기도 하고. '글을 올릴 때 신중하게 써야겠구나',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

무제

#1 : 외로움 평소에 '외롭다'는 생각은 그다지 많이 들지 않았는데 이번에 일주일 넘게 여행을 하며 단원들을 만나고 내가 있는 곳에 돌아오니 '외로움'이 물밀 듯이 덮쳐 온다. 개강 후에는 또 새로운 학생들에 치여(?)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찾게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이 외로운 마음은 어찌 해결할 방법이 없다. 그저 느끼는 대로 놔두는 수밖에. #2: 결혼한 학생 집에 다녀오다 에 출전했던 학생 중 하나가 얼마 전 결혼을 했다. 결혼식에 꼭 가고 싶었는데 서부 여행 일정과 겹쳐서 가지를 못했다. 학생들이 집 초대를 많이 하는데 부담스러워서 평소에는 거의 응하지 않지만 결혼식에 가지 못한게 미안하기도 하고, 또 혹시나 내가 가면 시댁 식구들한테 좀 더 예쁨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여행에서 돌아..

❤️

​# 임지 파견 이후 처음으로 여자 동기샘들을 만났을 때 사마르 A샘 : "우미다(내 우즈벡 이름) 뭐 먹고 싶어? 우미다가 먹고 싶은 거로 골라~" 나: "아니, 샘들도 지방에서 왔는데 샘들이 먹고 싶은 거 골라요." 사마르 B샘: "우린 사마르에서도 한식 먹을 수 있어~ " ​# 수도 샘들 집에 가서 얘기하다가 뭐가 필요하다고 하면 벌어지는 일 1. 나: "아, (새까맣게 탄 팔을 보여주며) 한국 가면 팔토시 사와야겠어요." 타슈 C샘: "나 팔토시 두 개 있어!!! 하나 줄게." (방으로 들어감) 나: "아니, 저, 괜찮은데......." 사마르 A샘: "나도나도! 나 집에 팔토시 많아!!! 내가 줄게!!!!" 타슈 C샘: "니는 니네 집(사마르칸트)에 있는 거잖아. 내가 줄게, 내 거 가져가! 이..

벌써 1/4이 지났다.

얼마 전 1차 반기 보고서를 제출하고 나서 남은 날을 따져 보니 1년 5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적은 확률이긴 하지만 조기 귀국을 한다면 1년 3개월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새삼 코이카 단원의 임기가 짧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우즈베키스탄에 오기 전 보다 더 나아진 것 없이 나이만 두 살 더 먹고 돌아가게 될 것이다. 어쩌면 더 퇴보할 수도. ​ 기차 안에서 밖의 풍경이 한국에서 보는 그것과는 너무나도 달라 찍어서 친구에게 보내니(아, 물론 산을 넘어갈 때는 통화도, 3G도 되지 않는다. 저 사진을 찍고 두 시간 뒤에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저런 풍경을 매일 보고 사는 것도 축복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게, 정말 축복이란 생각이 든다. 이곳에 너무 익숙..

[우즈벡생활] 현지어, 현지어, 현지어!!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있던 나는 기왕이면 중앙아시아에서 봉사하고 싶었다. 중앙아시아 5개국 중에 현재 코이카가 단원을 파견하는 나라는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두 나라뿐인데 사실 민족어의 영향력이 큰 우즈베키스탄보다는 러시아어가 공용어로 사용되는 키르기스스탄이 좀 더 관심이 갔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우즈벡어를 배울 운명이었나 보다. 마침 코이카에 지원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무렵 111기 수요 요청 목록에는 키르기스스탄이, 112기 수요 요청 목록에는 우즈베키스탄이 있었는데 111기에 합격할 자신이 없어 면접을 포기하고 112기에 다시 지원했고 이렇게 지금 우즈베키스탄에 와 있으니 말이다. 만약 111기에 우즈베키스탄에 갈 한국어 교육 단원을, 112기에 키르기스스탄에 갈 한국어 교육 단원을 뽑..

[한국어교육] TOPIK (한국어 능력 시험) 결과가 나오다

​중급반 수업을 준비에 여념이 없던 와중에 알리의 문자를 시작으로 하나, 둘 학생들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 183점으로 4급이에요!', '선생님, 저 3급 받았어요. 많은 학생들이 3급 받았어요.' 등등. 게다가 페르가나 땅은 정말 기운이 좋은지 6급이 둘이나 나왔다. 외국에서 4급 받기도 어려운데 페르가나 이 지역에서만 6급이 둘, 5급이 셋. 토요일에도 고급반 학생들을 집으로 불러 강의했던 3번 고등학교의 곽 샘(이라 쓰고 '나의 페르가나의 하나 뿐인 친구'라고 읽는다.)은 입이 귀에 걸리셨다. 선임 선생님이 한국 가시자마자 바로 토픽 수업을 하느라 고생도 많았고 학생들이 토픽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해서(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 ..

[한국어교육] 페르가나 대학교 한국어 어벤저스

부제: Quiz on Korea 예심 준비 타슈켄트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통역을 도와주시는 교수님께 전화가 왔다. "6월에 한국 대사관에서 10개 대학교 학생들을 모아놓고 퀴즈 대회를 한대요. 대회 이름이 'Quiz on Korea'라고 하네요. 페르가나 대학교에서 4명이 출전할 수 있대요. 그래서 퀴즈 대회에 나갈 4명을 추천해 주셨으면 해요." 이 퀴즈 대회는 뭐지? 하고 구글에 검색해 보니 KBS에서 추석 때 특집 방송으로 외국인들이 나와 한국에 대한 퀴즈를 푸는 프로그램이었다. 여기에 나갈 대표를 나라마다 예심을 거쳐 한 명씩 뽑는 것이었고. 우즈베키스탄의 경우는 한국어학과 및 한국어 강의 수강생에게 한해서 예심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한 듯했다. 문제는 한국어로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