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정개월드 75

[한국어교육] 어느 한국어 선생님의 일상

7시. 소파에서 눈을 뜬다. 어제 소파에 누워서 카톡을 하다가 잠이 들었나 보다. 이런, 오늘은 4빠라나 있는 날인데. 급하게 아이들에게 나눠 줄 유인물을 인쇄할 준비를 한다. 8시. 프린트를 하는데 한 시간이나 걸렸다. 역사학과 학생들에게 줄 프린트 5장, 초급 2반 학생들에게 줄 프린트 23장, 초급 1반 학생들에게 줄 프린트 35장을 인쇄한다. 출석부에 올라와 있는 이름은 더 많지만 몇 번 당한 뒤로 조금만 복사를 한다. 제발 복사한 만큼 학생들이 왔으면 좋겠는데....... 선임이 나눠 준 잉크로 과연 몇 달이나 버틸 수 있을까. 10시 20분. 이런! 오늘도 수업 준비를 하다 보니 늦었다. 결국 걸어서 20분 걸리는 거리를 택시를 탄다. 29분에 택시가 도착했다. 원래 콜택시 기본 요금은 250..

제목없는 글

(1) 그들의 휴강 사유: "Ustoz(선생님)! 오늘 저희가 11시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봐요. 그래서 한국어 수업을 못해요." 친구가 결혼해서, 오늘 친구 생일이라, 그냥 날이 좋아서 등 참 다양한 이유를 들어 결석하는데 가끔은 아예 본인들이 휴강을 '통보' 하기도 한다. 오늘 쪽지 시험 보기로 했는데....... 덕분에 오늘 방과후 중급반 수업 준비할 시간이 늘어서 좋긴 하지만 뭔가 찝찝한 이 기분을 지울 수가 없네.

읽은 책

1. 우르겐치에서 건넨 인사 (이강철, 우즈베키스탄 한국어 교육분야 봉사단원) 2. 오아시스에서 잠을 깨다 (송영일, 우즈베키스탄 국제협력의사) 3.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돌베개) 4. 아잔의 숲 (김우진, 이집트 한국어교육분야 봉사단원) 5.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6. 헌법의 상상력 (심용환, 사계절) 7. 동물농장 (조지오웰) 8.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9. 1219 끝이 시작이다 (문재인) 10. 체르노빌의 목소리: 미래의 연대기 (스베틀라나알렉시예비치) 11. 내 생애 단 한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고기복, 지식채널) 12. 행복한 나라의 조건 (마이케 반 덴 붐, 푸른숲) 13. 간송 전형필 (이충렬, 김영사) 14. 백석 평전 (안도..

마음이 어지러운 날들

​​지치는 날이 있다. 학생들이 기쁨을 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맡은 학생이 많다보니 기쁘게 하는 아이들의 수도 많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기관이 전혀 협조적이지 않거나 코워커와 갈등이 있는 단원도 있는데. 그런 케이스에 비하면 나는 참 행운아라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은 머리를 따라잡지 못한다. 누구도 공감해주지 못하는 일. 결국 내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

[생활정보] 우즈베키스탄에서 핸드폰 사용하기

몇 년 전의 블로그 글을 보면 외국인은 특정 회사의 유심칩만 살 수 있고 그마저도 본사에서 구입해야 했다고 써 있는데 지금은 그정도는 아니고 '거주등록을 한 외국인이라면' 어디서든 개통할 수 있는 것 같다. (확실하지는 않다.) 다만 거주등록을 한 여권으로 유심칩을 무제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1인당(한 개의 여권당) 5개까지만 번호를 살 수 있다. 다만 이것이 한 회사당 5개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통신사 상관 없이 5개의 번호만 살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또 이런 제한이 있는게 외국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인지, 내국인도 이 제한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코이카 단원들은 모두 입국하자마자 담당 코이네이터와 인턴의 도움으로 Beeline 유심칩을 구입하여 개통했다. 우즈베키스탄 통신사..

Travel/Uzbekistan 2017.04.15

житон이 어서 빨리 끝나길

우즈베키스탄 한국어 교육 단원이 파견되는 기관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직업훈련원', '리쩨이(고등학교)', '대학교'로 말이다. 한 3년 전까지만 해도 마키탑(초중등학교)로도 파견했지만 이제는 마키탑으로는 코이카 단원을 파견하지 않고 있다. 처음 파견 기관이 정해졌을 때 대학 기관으로 파견되므로 EPS-TOPIK은 나와는 크게 상관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왠걸, EPS-TOPIK, 여기 말로는 житон(쥐톤)은 요즘 내 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부정적으로. 유독 우즈베키스탄에서 EPS 토픽을 많이 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공식 홈페이지에서 접수를 받은 것이 아니고 자체 홈페이지에서 접수를 받는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접수하는 것을 도와달라..

보금자리를 마련하다

2월 5일에 페르가나에 왔는데 파견된 지 한달 하고도 열흘만에 완전히 정착했다. 아마 별일이 없다면 임기를 마칠 때까지 이 집에서 계속 살지 않을까 싶다. ​ ​ 한국은 보통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어 있는데 여긴 아니다. 난방 잘 되고 전기 안 끊기고 물 잘 나오는 집이라 이 집을 선택했는데 살아 보니 선배 단원 집과 걸어서 1분 거리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거 같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꼽만 떼고 아침 먹으러 건너 갈 수도 있고 밤 10시, 11시까지 수다 떨어도 집 돌아갈 걱정 안해도 되고. 전에 살던 집은 걸어서 30분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걸어서 30분이면 굉장히 가까운 거리지만 이곳에서는 멀게만 느껴진다. 저녁 먹고 나서 좀 얘기하다 보면 밖이 깜깜해져 택시를 타고 돌아가야 했으니...

[현지적응훈련] 생일

내 생일은 동짓날이다. 우리 기수가 12월 13일에 우즈베키스탄에 왔으니 온 지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내 생일이었던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생일을 잘 챙기는 편이 아니라서 내 생일도 알리지 않는 편이다. 누군가 기억하고 축하해주면 고마운 일이지만 상대방에게는 365일 중에 평범한 하루에 불과할 텐데 괜히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서 페북 알림 같은 것도 아예 꺼둔 지 오래다. 그래서 출국 날짜를 들었을 때, 이번 생일은 조용히 자축해야겠단 생각을 했었고. 출국하기 전날 걸린 감기는 나을 생각을 하지 않고 점점 심해져서 훈련 초반에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었다. 몸이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유숙소 방음이 잘 되지 않아서 다른 방에서 주무시는 선생님들도 내 기침 소리에 잠이 깨곤 하셨으니, 다른 동..

[한국어교육] 3월 8일 여성의 날

리투아니아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였다. 아무 생각 없이 등교를 하는데 등굣길에 모든 여자들이 꽃을 들고 있어서 '오늘 무슨 날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 날이 바로 여성의 날이었다. 한국에서는 '여성의 날'이란 게 있는 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설령 알고 있다고 한들 그냥 '이런 날이 있구나' 하는 정도지 축하를 하지는 않아서 사람들이 꽃을 주고 받는게 당시에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은 리투아니아보다 더욱 요란하게(?) 여성의 날을 보낸다. 여성의 날 하루만 공휴일이지만 전날부터 도시는 이미 축제 분위기다. 학생과 교사들은 학교에 나오지만 수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도 이날 오전에 정규 수업이 있었지만 (타의에 의해) 휴강 하고..